퍼스 킹스파크·로트네스트섬 직접 다녀온 후기 — WTN 컨퍼런스 참가기

퍼스에 직항이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에서 퍼스로 가려면 싱가포르나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에 세계 트레일 네트워크 컨퍼런스(WTN) 참가 차 싱가포르를 경유해 퍼스에 다녀왔는데, 컨퍼런스 일정 중간중간 퍼스 곳곳을 걸어 다니며 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퍼스 여행을 고민하는 분들께 실제로 걸어 본 경험을 나눠 드릴게요.
퍼스 시내 — 스완강변과 킹스파크
퍼스 시내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킹스파크(Kings Park)는 정말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스완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잘 가꿔진 잔디밭, 자전거 타는 사람들, 조깅하는 시민들이 가득해서 퍼스가 얼마나 여유로운 도시인지 바로 느껴집니다. 강변에 늘어선 나무들과 조형물, 중간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참 좋았어요.
공원 정상까지 올라가면 기념탑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서호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탑 아래에는 참전 부대와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고, 꺼지지 않는 추모의 불꽃도 있었습니다. 일본군이 이 서호주까지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또 1954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심었다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지금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공원 안에는 식물원이 가든 형식으로 조성돼 있고, 안내소에서는 은퇴한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로트네스트섬 — 인도양 수영과 퀴카
컨퍼런스 투어로 로트네스트섬(Rottnest Island)을 다녀왔는데, 이게 이번 퍼스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퍼스 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약 2시간이면 도착합니다. 가는 길에 운이 좋으면 고래를 볼 수도 있어요. 저는 고래 꼬리를 두 번이나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 해역이 고래 이동 경로라고 하더라고요.
섬에 내려 버스를 타고 해변 포인트에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순백의 고운 모래사장과 투명한 인도양 바닷물은 정말 청정 그 자체였어요. 물속에는 잘피와 해초가 무성하고 물고기 떼가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외해에는 3~4m 파도가 치지만 수영하는 곳은 무척 잔잔했어요.
섬의 등대도 올라가 봤는데, 155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꼭대기에서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인도양 풍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섬 안에서는 도보, 자전거, 버스로 이동할 수 있고, 귀가 페리 시간을 미리 계산해 두고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로트네스트섬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퀴카(Quokka)가 사는 섬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식당 근처와 등대 가는 길에서 퀴카를 직접 만났고, 사진도 찍었어요. 퀴카 인형과 엽서도 섬 안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경유 — 마리나 베이 샌즈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퍼스 직항이 없으니 싱가포르 경유는 거의 필수입니다. 경유 시간이 하루 이상 남는다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머라이언 상에서 입으로 물 받는 포즈 사진은 이곳에 오면 거의 모두가 찍는 필수 인증샷이더라고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수퍼트리 야간 공연은 19시 45분부터 약 15분간 진행됩니다. 자리를 일찍 잡고 바닥에 누워 올려다보는 조명 쇼는 색다른 감흥이 있었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옥상은 일반인도 입장료를 내고 올라갈 수 있는데, 투숙객 전용 풀장과 구역은 이용할 수 없고 관람 공간이 생각보다 좁습니다. 야경은 정말 아름답지만 기대치를 약간 조절해 두는 게 좋아요.
퍼스는 생각보다 훨씬 걷기 좋고 여유로운 도시였습니다. 킹스파크의 초록빛, 로트네스트섬의 인도양 물빛, 그리고 퀴카와의 만남 — 이 세 가지만으로도 퍼스를 찾아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