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아들 덕분에 호주로 오게 된 간호사 엄마 이야기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뭐든 해보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아토피가 시작됐고, 점점 심해져서 돌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영양제, 한약, 이것저것 다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 답답함이 저를 움직이게 했어요.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용기를 내서 간호보건대에 입학했습니다.
호주 여행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방학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녔어요. 그러던 2005년 7월, 아들이 두 돌 즈음에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를 돌아보는 호주 동부 여행을 했는데 — 신기하게도 여행하는 동안 아토피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담당 의사도 "깨끗한 시골로 이사 가면 나아질 수 있다"고 권유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간호 공부를 하면서 영어 스터디를 하고, 이민을 꿈꾸게 된 것 같아요.
요리학교와 영주권, 예상 못 한 경로였어요
간호대를 마치고 남편을 설득해서 호주로 왔습니다. 아들은 Pre-Primary를 시작했고, 저는 부족한 영어 실력을 채우면서 평소에 관심 있던 요리를 배우려고 TAFE에서 Commercial Cookery 1년, Business Management Diploma 1년을 공부했어요.
이민 자격을 맞추기 위해 공부하는 동안 호주 레스토랑에서 20개월, 1,000시간 넘게 일했고, 공부가 끝난 뒤 주정부 스폰서로 영주권을 신청해서 13개월 후에 받았습니다.
결국 다시 간호사로
영주권이 승인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Aged Care 공부를 하며 너싱홈에서 일했어요. 그곳에서 간호사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해볼 수 있겠다" 싶었고, 대학에서 간호를 3년 더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쌓은 간호 공부가 큰 도움이 됐고, 무사히 Bachelor of Nursing을 마치고 Registered Nurse가 됐어요.
아들 아토피 때문에 떠난 짧은 여행이 결국 우리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이민을 고민 중이신 분이라면,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계기 하나가 먼저일 수도 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