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디고 간호사 부부의 정착기 – 이직, 영주권, 그 다음 목표까지

호주 지방 도시에서 간호사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빅토리아주 벤디고에서 저와 배우자, 두 간호사가 조금씩 뿌리를 내려 가고 있는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병동 이직, 두 번의 도전 끝에 자리 잡았습니다
공립병원으로 이직한 뒤 처음 배치된 곳은 정규직이긴 했는데, 매일 근무지가 바뀌는 PRN 방식이라 솔직히 안정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인터뷰를 봐서 심장내과(Cardiology)와 단기 관찰 병동(Short Stay Observation Unit)이 함께 운영되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응급실도 최종 합격은 했는데, 한국 응급실 경력이 있어도 버겁겠다 싶어서 좀 더 안정적인 병동을 택했어요. 두 번 인터뷰를 거쳐서야 자리를 잡은 셈인데, 처음 배치가 영 맞지 않아도 포기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0.8 EFT, 주 4일 근무의 여유
지금은 0.8 EFT(주 4일 근무) 조건으로 일하고 있어요. 쉬는 날엔 러닝을 하거나 멜번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배우자도 최근 공립기관 주간 정규직을 구해서 교대 근무 없이 다니고 있고요. 둘 다 정규직이 생기고 나니 생활이 훨씬 안정됐습니다. 벤디고가 시골 도시라고 느슨하게 볼 게 아니라, 오히려 멜번보다 집값도 낮고 출퇴근 스트레스도 덜해서 삶의 질 면에서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영어 스몰톡,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동료들과의 일상 대화(스몰톡)예요. 얼굴은 이제 다 익숙해졌는데, 막상 영어로 먼저 말을 꺼내려면 주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대화를 슬쩍 피하게 되더라고요. 임상 실력은 별개 문제예요. 직장 내 관계는 생각보다 언어에서 많이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타임에 다들 모여서 주말 이야기를 나눌 때, 한마디 끼어들지 못하고 그냥 웃고만 있으면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오래 일한 분들도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지금 목표는 영주권 취득, 그다음엔 첫 주택 구입입니다. 속도가 느려도 방향이 맞으면 결국 가게 돼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가고 있어요. 벤디고에서 지방 정착을 고민 중인 분들, 겁먹지 말고 한 발씩 내딛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