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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51년, 75살에도 현역인 태권도 사범을 만났습니다

시드니 51년, 75살에도 현역인 태권도 사범을 만났습니다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오래 살다 보면 "저 분은 도대체 몇 살이야?" 싶은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시드니에서 51년째 태권도를 가르치고 계신 김명만 사범님이 딱 그런 분이에요. 올해 75살인데, 지금도 백 명이 넘는 학생을 직접 지도하십니다.

1975년, 쿵후와 가라테가 판치던 시드니에서

김명만 사범님이 처음 시드니 외곽에서 태권도 수업을 열었을 때, 동네 사람들 대부분은 태권도가 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주먹 무술에 익숙한 현지인들한테 공중 발차기는 그야말로 생소한 광경이었죠. 그때 쿵후 사범이 대련을 신청해 왔어요. 구경꾼들은 뜨내기 무술인이 얻어터지는 걸 보려고 떠들썩하게 몰려들었고, 상대는 체중이 이십 킬로그램은 더 나가는 큰 몸집이었습니다.

사범님은 상대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차기로 배를 가격하고, 이어서 돌려차기로 마무리했어요. 한 대도 맞지 않고 이겼습니다. 그 뒤로 다른 쿵후 사범, 가라테 사범까지 찾아와 공식 대련을 네 번 치렀는데 전부 이겼습니다. 창문 너머로 구경하던 가라테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태권도로 넘어왔고요.

그로부터 51년이 지난 지금, 그 클럽에서 가라테 수업과 쿵후 수업은 모두 사라졌고 김 사범님의 태권도 수업만 남아 있습니다.

💡 토요일 오전 수업에 가 보면 도복에 태극기와 호주 국기가 나란히 달려 있고, 호주 아이들이 한국어 구령에 맞춰 "사범님 감사합니다!"를 외칩니다. 한인은 전체의 5%도 안 된다고 해요.

우유 배달, 용접, 택시…그래도 사범 일은 한 번도 안 쉬었습니다

경남 진해 시골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온 청년이 타국에서 자리를 잡는 게 쉬울 리 없었어요. 영주권 사기를 당해 출국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시기하는 다른 사범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건 사범님한테 태권도를 배우던 그리스인 제자였어요. 집에 머물게 해 주고, 가구점 일자리까지 내주었다고 합니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5년간 용접 공장에서 일할 때는 주어진 일을 절반 시간 만에 끝내 동료들한테 핀잔을 들을 정도였고, 그 뒤에는 새벽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흔 채의 집에 우유를 배달했습니다. 양손에 열두 병씩 쇠 바구니로 들고 뛰어다니면 땀에 흠뻑 젖었다고 해요. 택시 기사도 했습니다.

그 어느 때도 태권도 사범 일을 쉰 적은 없었습니다. 용접 공장 퇴근 후에도, 우유 배달 뒤에도 도장으로 달려갔어요.

"태권도도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 사범님이 가장 속 쓰려하는 건 따로 있어요. 작년 한 해에만 10년 이상 배운 유단자 스물일곱 명이 UFC나 브라질 주짓수를 배우겠다며 떠났습니다. "지난해 국기원 행사에 갔는데 50년 전에 하던 품새를 그대로 반복하더군요. 그래서는 신진 무술과 붙어서 이길 수 없어요"라고 하셨어요.

⚠️ 사범님은 수업에서 품새보다 호신술과 일보대련에 시간을 더 많이 씁니다. 괴한이 팔을 잡았을 때 손날로 팔 안쪽을 공격하는 법, 상대 팔을 잡아 비트는 법 같은 실전 기술들이에요. "팔 바깥쪽은 단단하지만 안쪽은 약하다"고 직접 비교해 보여주면 학생들이 진지하게 끄덕인다고 합니다.

"태권도가 UFC나 주짓수와 붙어서 이길 수 있어야 해요. 다른 무술의 기술을 접목하고, 특히 주먹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주먹을 휘두를 때 바람 소리가 나고, 발차기 시범에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이 흘러나오는 75살 사범님의 말은 허풍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딱 한 가지를 말씀하셨어요. "나한테 배운 제자들이 사범이 되는 것. 태권도가 이어지는 것." 수업 말미에 유단자들이 직접 그룹을 맡아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는데, 20년을 배워 따로 도장을 차린 제자, 어릴 때부터 배워 지금은 어른이 된 딸을 둔 부녀… 사범님이 한 명 한 명 소개해 주시는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시드니에 오래 살면서 이런 분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혹시 자녀 태권도 교실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51년 역사가 있는 이 수업을 한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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