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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

시드니 파브리카 파스타·검프션 커피, 그리고 멜버른 첫날 솔직 후기

시드니 파브리카 파스타·검프션 커피, 그리고 멜버른 첫날 솔직 후기

맨리 비치에서 실컷 놀고 페리 타고 시내로 돌아오니 배가 고파 죽을 것 같더라고요. 미리 점찍어 둔 파스타집, Fabbrica로 향했습니다.

Fabbrica — 예약 필수, 꼭 기억하세요

시드니 시티 한복판에 있는 이탈리안 파스타 가게인데, 1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더니 워크인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거죠… ㅠ 일단 메뉴판 보면서 기다렸는데, 다 먹고 나가는 손님들이 있어서 금방 자리가 났습니다.

⚠️ Fabbrica는 인기가 많아 워크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방문 전 꼭 예약하세요.

파브리카는 이탈리아어로 '공장'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처럼 생면을 직접 뽑아서 파는 곳으로 유명한데, 식당 안에 들어가면 유리창 너머로 셰프들이 파스타 뽑고 사워도우 굽는 걸 구경할 수 있어요. 매일 여덟 종류 정도의 생면이 바뀌어가며 나오고요. 코로나 때 파스타 밀키트를 팔았던 게 대박이 나서 아예 가게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네 가지였는데:

  • Tonnarelli, blue swimmer crab, chilli ($32)
  • Trotolle, beef cheek ragu ($30)
  • Zucchini flower, mozzarella, ricotta, chilli honey ($8/개)
  • 샌드위치 (한 명)

솔직히 말하면 비프 치크 라구 빼고는 파스타가 좀 별로였어요. 블루 스위머 크랩 파스타는 같이 간 친구가 표정이 굳어지길래 한 입 먹어봤는데, 뭔가 미끄덩하면서 시큼하고 식감이 너무 별로더라고요. 결국 그 친구는 절반도 못 먹었습니다.

그래도 비프 치크 라구는 꽤 맛있었어요. 소고기 라구에 치즈까지 뿌려주니 실패할 수가 없는 조합이죠. 서버가 애피타이저로 추천해 준 주키니 꽃 튀김도 괜찮았어요. 호박꽃 안에 모짜렐라랑 리코타를 채워 튀기고 칠리 허니를 뿌려주는데, 튀김옷이 진짜 얇고 바삭했습니다. 단짠 조합이라 맛은 있는데, 개당 8불이라 가격이 좀 세긴 해요.

검프션 커피 — 스트랜드 아케이드에서 우연히

밥 먹고 슬슬 걸어서 The Strand Arcade로 향했습니다. 1890년대에 지어진 아케이드형 쇼핑몰인데, 건물 자체가 예뻐서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아요. 시드니 마지막 날 엄청 더웠는데 여기로 피신한 게 너무 다행이었어요.

그러다 1층에서 호주 3대 커피로 불리는 검프션(Gumption by Coffee Alchemy)을 발견했습니다. 하우스 블렌드인 Goodness Galileo가 250g에 $20, 500g에 $32였는데, 계속 고민만 하다가 그냥 패스했어요. 호치민 돌아오고 나서 사 올 걸 엄청 후회했습니다.

💡 검프션 원두는 호치민 같은 해외에선 구하기 어려우니, 시드니 방문 중이라면 원두 구매도 고려해 보세요.

늦은 오후였지만 커피는 한 잔 마셔봤는데, 제 입에는 너무 잘 맞았어요. 같이 간 친구는 입에 안 맞았는지 화장실에 놓고 온 척 슬쩍 버렸지만요 😄

그 후에는 QVB(Queen Victoria Building)로 넘어가 러시에서 친구 선물을 샀습니다. 호치민에도 러시가 있지만 시드니가 훨씬 저렴하고, 직원분이 더티 스프레이 하나 사는데 샘플을 두 개나 챙겨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시드니 기념품 성지인 패디스 마켓에서는 코알라, 캥거루 키링 하나씩만 샀습니다.

멜버른 첫날 — Brady Hotel Central Melbourne

다음 날,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이면 멜버른이에요. 같은 나라 안 이동이라 부담이 없어서 1시간 30분 전에 딱 맞춰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멜버른 숙소는 Brady Hotel Central Melbourne, 3박에 약 48만 원이었습니다. 방은 딱 시티 호텔 사이즈예요. 넓지는 않은데 캐리어 두 개 펼쳐도 동선이 막히지 않았고, 침대가 은근 푹신해서 좋았어요. 창밖을 봤더니 시드니에서 그렇게 쨍쨍하다가 멜버른 오자마자 먹구름이 잔뜩…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더니 정말이더라고요.

멜버른 센트럴역까지 걸어서 5분, QV 쇼핑몰까지도 5분 거리예요. 시티 안은 트램 무료 구간(Free Tram Zone)이라 이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웬만한 곳은 걷거나 트램으로 다 해결됩니다. 멜버른 숙소 고민 중이라면 이 라인을 강력 추천해요.

짐 던져놓고 바로 숙소 옆 카페 Regulars에 들어갔어요. 시그니처가 영하 85도 더티 커피인데, 컵을 아예 얼려버려서 서리가 하얗게 낀 채로 나옵니다. 호주 와서 하루 두 잔 커피 마시느라 빡세긴 했지만, 최대한 호주 커피를 마시려고 노력했어요.

이후에는 멜버른 대학교(파크빌)를 산책했습니다. 유명한 Old Arts 시계탑의 사암 질감이 가까이서 보면 앤티크하고 진짜 예쁘더라고요. 저녁에는 QV 쇼핑몰 울워스에서 장을 보러 갔다가 광장에서 사자탈춤을 하고 있는 걸 마주쳤는데, 북소리가 쿵쿵 울리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어요. 계획에 없던 우연이 여행에선 제일 재밌는 순간이죠.

저녁은 QV 안에 있는 태국 음식점에서 팟씨유, 돼지 항정살 구이, 똠얌 국수로 마무리했습니다. 호주 물가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시드니가 낮의 도시라면 멜버른은 밤의 도시 같았어요. 좁은 골목마다 불이 켜져 있고, 가게 안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셋에서 둘이 됐는데 왠지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는 기분이었달까요. 멜버른, 기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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